일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 (Sou Fujimoto)가 설계한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만나기 위해서 하이드 파크에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너무나 좋았던 주말이어서,
하이드 파크에는 공원을 즐기려 나온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했습니다.
제가 갔었던 시기를 전후해서, 본조비, 롤링 스톤스의 공연이 하이드 파크에서 있어서
많은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하이드 파크에 몰려 있었습니다.



하얀색 네모 격자들로 만들어진 후지모토의 파빌리온은
그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어왔던
투명성, 가벼움, 단순기하학을 통한 복잡성의 구현, 자연과의 결합을
더 강하게 밀고 나간 듯이 보였습니다.




후지모토의 이런 관심은 2001년의 Primitive Future House 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저도 일본 잡지를 통해서 이 프로젝트의 드로잉과 모델사진을 봤을 때
너무나 놀랐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포스팅을 위해서 Primitive Future House 프로젝트와
후지모토의 이후 작업들을 살펴보니
하나의 아이디어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더 오래되었을 수도 있겠죠
끈질기게 추구하고 노력해온 모습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rimitive Future House, 2001
http://www.elcroquis.es/Shop/Issue/Details/42?ptID=1&shPg=4&artID=966
http://www.artecapital.net/arq_des-55-marta-pedro-sou-fujimoto

House N, 2008
http://www.archdaily.com/7484/house-n-sou-fujimoto/


House NA, 2012
http://www.dezeen.com/2012/05/08/house-na-by-sou-fujimoto-architects/
공원에서 만난 올해의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첫 느낌은 산뜻했습니다.
20mm 의 얇은 부재로 이루어진 하얀색 파빌리온은
부재들이 불규칙적으로 겹치면서 뽀샤시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볼 수 있었던 정글짐의 모양과 유사한 파빌리온은
바닥에는 작은 자갈을 깔아서 주변의 녹색잔디들과
영역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주었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부분에는 유리로 바닥을 처리해서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파빌리온의 부분 부분에는 비를 차단해주면서,
뜨거운 햇살도 가리는 동그란 플라스틱 판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부재나 형태가 네모난 이 파빌리온에서
왜 동그란 플라스틱 판을 썼는지 궁금하더군요.



내부에는 큰 공간이 만들어져서 방문객들이 맥주를 즐기거나
앉아서 휴식시간을 보내고, 파빌리온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뿐 만 아니라, 어른들도 파빌리온의 위아래를 오가면서
보는 방향마다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파빌리온에 신기해 했고
하얀 인공 구조물 안에서 하이드 파크와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건축물을 방문하기 전에는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
건축물을 소개하는 정보들을 될 수 있으면 안 보고 가려고 하는데
방문하기 며칠 전에 만났던 친구가 지난 주에 다녀왔다면서
파빌리온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멀리서 나무 사이로 파빌리온이 구름이랑 같이 보일 때는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좋은 건축을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파빌리온에 점점 다가갈수록, 그저 하얀 막대기들로 쌓여져 있는 정글짐이
눈 앞에 드러나서 실망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후지모토는 NAI에서 새로 나온 책에서 이 파빌리온의 컨셉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Within these pastoral surroundings, the vivid greenery merges with the constructed geometry of the Pavilion.
The inspiration for the design was the concept that geometry and constructed forms could meld with the natural and the human.”
‘녹색의 자연이 파빌리온의 하얀색 기하학과 어우러지면서 만들어 지는 풍경’ 이라는
컨셉은 건축가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개념이고,
실제로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후지모토의 디자인 의도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파빌리온이 자연과 인간을 서로 연결해주는 매개채가 되어서
서로 단절되어 있던 관계를 회복시켜주거나, 새롭게 의미를 찾아준다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과 인간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서
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 놓은 뒤, 다시 만나라고 억지 화해를 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파빌리온 내부에서 나와서
‘어휴~~’ 하면서 큰 숨을 내쉬면서
공원으로 걸어나가는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아무리 뚜렷한 지붕과 벽이 없고, 사방이 뚫려져 있는 듯 해도
하나의 인공적인 공간에서 벗어난다는 상쾌한 기분이 들더군요.
파빌리온 옆의 잔디밭에서 편안히 누워있는 사람들이
자연과 더 가깝게 조우하고 있는 듯이 보이고
그들이 잔디밭에 깔고 있는 담요, 매트 들이 더 건축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파빌리온을 바라보면서
친구가 해준 말에 수긍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멋진 여자를 만났는데,
화장이 진하고 서클렌즈까지 낀 그녀가
자기는 쌩얼이 좋다고 말할 때 느끼는 기분이랄까요?
후지모토의 이번 서펜타인 갤러리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dezeen.com/2013/06/04/serpentine-gallery-pavilion-2013-by-sou-fujimoto/
위에서 언급된 책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naibooksellers.nl/sou-fujimoto-serpentine-gallery-pavilion-2013.html
2011년과 2010년의 서펜타인 파빌리온에 대한 저의 방문기도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eter Zumthor의 정원, Serpentine Pavilion 2011
http://urbanism.egloos.com/5586692
Serpentine gallery's summer pavilion 2010 - Jean Nouvel
http://urbanism.egloos.com/5366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