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디에 있는가? - 패트릭 슈마허의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비평에 대한 비평



위 이미지는 Dezeen 웹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Zaha Hadid Architects 의 소장으로 있는
패트릭 슈마허(Patrk Schumacher) 가
지난 8월 영국의 건축-디자인 잡지인 Icon에
2016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대해 기고한 글을 얼마 전 읽게 되었습니다.

건축과를 졸업하고, 런던에서 도시를 공부하고 있는 후배가
그의 Icon 글이 실려있는 인터넷 링크를 보내주면서
말도 안 된다며 흥분했습니다. (원래 쉽게 흥분하는 친구가 아닙니다만)

얼마 전에 2016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대한 글을 썼던 터라
다른 사람들은 이번 비엔날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패트릭 슈마허의 글을 차근차근 읽어보았습니다.
아,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왜 이 후배가 화를 내는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패트릭 슈마허는
‘Where is the Architecture? – Appraisal of the Venice Architecture Biennale 2016’
(건축은 어디에 있는가?- 2016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평가)
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6 베니스 비엔날레는 건축디자인을 등한시한 실패작이고
이런 비엔날레 전시가 다시 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가
최근 가장 발전적이며, 야심 찬 건축작업들과 관련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작업방법, 디자인, 기술 등은 다루지 않은 채
빈곤문제, 난민 문제와 같이 건축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는
사회 문제를 부각하면서
건축가들을 아마츄어 정치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로 만들었다고 비판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건축계에 가장 혁신적이며,
다음 세상을 보여줄 수 있고,
높은 가치와 높은 생산성을 지니면서
뛰어난 창조성을 보여줘야 하는 전시장이어야 되어야 한다고
패트릭 슈마허는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베니스 비엔날레가 정말 훌륭한 건축 비엔날레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관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건축 미디어에 언급된 횟수를 기준으로 선정되어야 하며,
언급된 횟수와 비례해서 전시면적을 제공해야 한다.
이 방법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선정하게 되는 것이며
큐레이터의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2) 국가관의 전시는 비엔날레 주제관의 전시주제와 관계없이
건축과 관련된 모든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전시작품들은 최근 2년간의 작품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3)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관은 현대 건축의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적이면서
혁신적이고, 전이적인 특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후기 포디즘-네트워크 사회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컴퓨터 방법 기반의 고도로 발전된 파라메트릭 건축(Parametricism)이
전시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패트릭 슈마허의 글은
다음의 다섯 가지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영역과 역할 축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는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어왔습니다.
공공성 (2012), 도시, 건축과 사회 (2006), 변형(metamorph, 2004)
건축의 윤리 (2000) 등등
제가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후만 따져보아도
정말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소개해왔습니다.
인터넷 네트워크와 콘텐츠가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부터
잡지에서 소개되는 새로운 개별 건축물뿐 아니라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 건축의 흐름을 파악하고
각기 다른 문화적 특성을 가진 국가들의 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 비엔날레는 이용됐습니다.

이번 2016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도 지금까지 건축계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크게 공유의 장이 없었던
‘건축과 사회’ 특히 건축분야에서 소홀했던
빈곤, 지역개발, 분쟁, 강제이주, 환경 등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가난한 곳에도 건축은 있으며,
전쟁 중에도 우리는 살아갈 곳이 필요하며
누군가에 의해서 떠밀려 떠나가야 하는 곳에서도
새로 찾아간 곳에서도
우리는 가족, 친구와 함께 건축의 영역 안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따라서, 패트릭 슈마허의 두 번째 문제점은
비엔날레의 영역과 역할 뿐 아니라
건축의 영역과 역할도 한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전시작품을 선정하는데
미디어에 언급된 건축작품 위주로 선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각종 미디어에 언급된 작품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그의 말대로 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토론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일 매일 새끈한 디자인과 사진, 렌더링으로
전통적인 건축잡지와 인터넷을 채우고 있는 건축들 이외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자세히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긴 호흡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건축, 도시, 사회, 문화의 영역은 넓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는 기술적으로 발전한 특정 영역의 건축방식만이
(파라메트릭 건축(Parametricism))
앞으로의 건축이고,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부분입니다.
그는 이 글에서 전통적인 흙 건축, 토속건축 등을 폄훼하고
지금까지 고고한 역사를 통해서 발전해온
현대 건축마저도 부정하는 듯 보입니다.
자하 하디드 사무실이 지금까지
‘건축디자인의 혁신’ 이라는 전선의 선두에서
치열한 노력을 통해 큰 성과를 내왔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건축이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 대중들에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 질문해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중앙 정부, 지방 정부가 책정해 놓은 예산의
몇 배를 써가면서 완성한 공공 건축물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새로운 건축에 대한 창조성, 비전을 보여주고
도시의 경제적 효과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완공한 건물들을 이용할 수 없는
사회적 계층, 경제적 계층들도 각 도시에 분명히 존재하며,
자하 하디드 건축의 과도한 공사비를 위해 들여온 예산은
도시의 다른 부분을 위해서 쓰였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경제적 혼란과 논쟁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과감하게 투자한 뒤에
더 큰 수익을 올리는 부유한 민간영역의
건축주들의 건물들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 건축가들이 지니고 있는
건축과 도시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한 의문입니다.
런던에서 도시계획, 도시 디자인에 몸담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면
건축가들의 아이디어와 열정 등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만
한편으로는 건축가들을 은연중 무시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인데
먼저, 건축가들은 너무 이상적이라
자신들이 생각한 디자인이
이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만,
그 디자인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각종 절차들이나
사회적 비용들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건축가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특성, 시스템, 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보다는
주어진 사이트에 대한 건축적 해결책에만 치우친다는 것입니다.
패트릭 슈마허의 글은 건축이 그리고 건축디자인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회에 대한 고민 없이
건축 디자인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에만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보입니다.
과연 그런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패트릭 슈마허가 런던의 주거위기(Housing crisis)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11월 18일 World Architecture Festival 에서 발표한 내용이
Dezeen 에 실려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런던의 주택 부족, 지나친 주택가격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공공 임대주택과 주택지원 혜택을 철폐해야 하고
모든 거리, 공공공간 등을 사유화해야 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8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주택 문제는 오랫동안 국가와 도시의
정치적 경제적인 부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문제입니다.
도시 내에서 경제적 격차, 불평등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패트릭 슈마허의 대안이 과연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닐 겁니다.

아이콘에 실린 패트릭 슈마허의 글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Dezeen 의 글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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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을 포스팅한 후에 패트릭 슈마허의 
World Architecture Festival 에서의 발언은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The Guardian 을 비롯한 영국 일간지에서도 
그의 극단적인발언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the Trump of architecture” 라고 인터넷에서 알려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내용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Zaha Hadid Architects) 에서도
패트릭 슈마허의 발언은 그의 생각일 뿐이지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의 과거 프로젝트, 그리고 앞으로의 프로젝트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이 내용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건축 평론가이자, Architecture Foundation 의 Deputy Director 인
Phineas Harper 는 패트릭 슈마허의 발언은
시장 논리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천박한 믿음에 근거한다면서
더 이상 그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내용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1월 30일에는 패트릭 슈마허의 발언에 반발한 
사회단체 Class War 와 London Anarchist Federation 회원
20여명이 런던 Zaha Hadid Architects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공공임대 주택과 지원혜택 철폐, 공공공간 사유화,
공공임대 주택 거주자들을 'free rider'로 언급한 그의 발언은
런던에서 근로자들을 몰아내고자 하는 
사회적 파시즘이라면서 (social fascism) 
패트릭 슈마허가 이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내용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c로 보실경우는 가입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이미지는 이 링크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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