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1. Grafton Architects 작업 (사진: James Harris/Royal Academy of Arts)
지난 1월 26일부터 런던의 Royal Academy of Arts에서는
Sensing Spaces: Architecture Reimagined 건축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Alvaro Siza, Kengo Kuma, Eduardo Souto de Moura 를 비롯해서
뚜렷한 개성을 지닌 건축 작업들을 진행해온
Li Xiaodong, Grafton Architects, Pezo Von Ellrichshausen, Diébédo Francis Kéré,
모두 7명의 건축가들을 초청해서 약 2000m2 의 전시장에
실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파빌리온들을 설치했습니다.
일반적인 건축전시가 건축가의 핸드 드로잉, 도면, 투시도, 사진, 모형,
건축재료들의 나열, 작은 체험 공간 들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전시는 일반 건축물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진
구조물 혹은 공간들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기획되어서
전시의 방식이나 규모가 기존의 건축전시들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공간의 경험이
단지 시각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감각의 복합적인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회였습니다.
빛을 통한 공간의 어두움과 밝음, 재료의 특성에 따른 다른 질감,
공간의 다른 분위기, 냄새, 색깔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건축가들의 작업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Image2. Grafton Architects 작업
Image3. Grafton Architects 작업
Image4. Grafton Architects 작업
시각적으로 가장 뚜렷한 경험을 전해준 건축가는
Grafton Architects 였습니다.
그들이 디자인한 두 개의 연속된 전시실은
어둡고 넓은 공간과 밝고 길고 상대적으로 낮은 공간이 대조를 이루면서
공간의 밝고 어두움, 빛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Image5. Pezo Von Ellrichshausen 작업
Image6. Pezo Von Ellrichshausen 작업
Image7. Pezo Von Ellrichshausen 작업
Pezo Von Ellrichshausen 의 작업은
다양한 건축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4개의 큰 원통형 기둥들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원형계단들을 내부에 숨기고 있었고,
뱅글뱅글 돌아서 올라간 지붕에는 넓은 테라스가 펼쳐지면서
전시장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었습니다.
또, 19세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Royal Academy of Arts 건물의 가장 큰 홀의 벽면과 천장을
아주 가깝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Image8. Kengo Kuma 작업
Image9. Kengo Kuma 작업
Image10. Kengo Kuma 작업
Kengo Kuma 는 두 개의 어두운 방에
10mm 두께의 얇은 대나무로 삼각형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워낙 얇은 부재들로 이루어져있고,
너무 어두워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처음에는 살짝 의아해 했었습니다.
그런데, Kengo Kuma 전시에서 중요했던 것은
얇은 구조물이 아니라 관람객들의 후각을 자극하는
방 별로 퍼져있던 각기 다른 향이었습니다.
Kengo Kuma 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전통 일본 건축의 공간과 다다미 향이
특별하게 기억되고 있다면서
관람객들에게 후각과 시각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공간의 경험을 의도했다고 합니다.
Image11. Alvaro Siza 작업
Image12. Eduardo Souto de Moura 작업
Alvaro Siza는 건물 외부에 기둥을 설치하고
Eduardo Souto de Moura 는 전시장 내에 있는 문들을 복제하면서
관람객들에게 공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작업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잘 이해가 안되었고,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낯선 이름을 지닌 두 건축가의 작업이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습니다.
중국 건축가Li Xiaodong 이 디자인한
빛이 올라오는 아크릴바닥과 나무로 둘러싸인 좁은 길은
영국의 언론들로부터 눈 덮인 숲 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았는데
저랑 같이 방문한 분께서도 그 길들을 가로지른 뒤에
같은 표현을 쓰시더군요.
Image13. Li Xiaodong 작업
Image14. Li Xiaodong 작업
Image15. Li Xiaodong 작업
Image16. Li Xiaodong 작업
저는 그 길을 지나면서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던 영하 20도의 추운 새벽
A형 텐트에서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로
눈 덮인 산을 뛰어서 올라가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군 복무를 했던 곳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곳에서
짧은10여 미터의 공간을 걸으면서
지난 시간 동안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10여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날 때,
알 수 없는 짜릿한 기운과 팽팽한 긴장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The eyes of skin 에 나온
구절을 확인하고 싶어서 집에 와서 다시 찾아봤었습니다.
My body is truly the navel of my world not in the sense of the viewing point of the central perspective, but as the very locus of reference, memory, imagination and integration.
- Juhani Pallasmaa, The eyes of skin (p.11), John Wiley & Sons
Image17. Diébédo Francis Kéré작업
Image18. Diébédo Francis Kéré작업
Diébédo Francis Kéré 의 작업은
건축을-건축공간을-건축형태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질문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벌집 모양의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1,867개는
파빌리온의 기본적인 골격만 형성하고
관람객들이 주변에 놓여진 다양한 색깔의 빨대(Straw)들을
폴리-플로필렌의 구멍 사이로 넣어서 파빌리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들이 선택한 빨대들이 더해지면서
변화해 가는 파빌리온의 모습에 굉장히 즐거워했습니다.
Diébédo Francis Kéré 는 건축 디자인은 건축가가 아니라
이용자에 의해서 변화된다면서,
자신의 건축은 언제나 이용자들의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라고 설명합니다.
Image19. Diébédo Francis Kéré작업
Image20. Diébédo Francis Kéré작업
넓은 전시장에 실제 건축물 크기의
다양한 공간과 구조물들을 경험할 수 있었던
Royal Academy of Arts 의 전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지니는 다양한 감각의 복합적인 공간경험’ 이라는
큐레이터의 의도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Diébédo Francis Kéré 의 참여, Kengo Kuma 의 후각, Li Xiaodong의 질감 등
‘시각적 경험으로서 공간’을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작업을 포함한 모든 전시들이 관람객들의 시각적 경험에
강하게 기대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Diébédo Francis Kéré 의 전시에 흥미를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은 파빌리온의 특이한 형태와
빨대들이 만들어내는 강한 색깔의 대조였습니다.
Kengo Kuma 의 방들에서 나던 은은한 타다미와 히누끼 향은
어두운 공간 속에 보일 듯 말듯한 구조물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지 못했고,
사람들이 북적이던 전시장 내에서는
많은 냄새와 소음이 뒤섞여서 뚜렷이 인식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모든 감각을 통해 공간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은
사소한 일상생활의 순간 순간,
그리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주변 환경과의 조우를 통해서 형성된다고 믿습니다.
전시장의 특정 공간과 형태 속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으면서
이런 것들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건축가와 큐레이터가 가장 경계해야 했던 부분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http://www.royalacademy.org.uk/exhibitions/sensingspaces/
7명의 건축가들에 대한 설명과 이전 작업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서
http://www.royalacademy.org.uk/exhibitions/sensingspaces/meet-the-architects/
가디언(Guardian)의 유명 건축 칼럼니스트인 Rowan Moore 의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http://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14/jan/26/sensing-spaces-royal-academy-review
전시장의 실제 멋진 사진들은 Guardian Photos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theguardian.com/artanddesign/gallery/2014/jan/26/sensing-spaces-architecture-reimagined-royal-academy-of-arts-in-pictures



덧글
http://www.vmspace.com/2008_re/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tndesign&idx=1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