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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교육과 건축실무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서,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들 입니다.
그들의 의견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첫 번째로, 그의 작업에서는 건축작업에서 필연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건축적 고민들’,
예를 들면 프로그램과 사이트가 가지는 문제제시와 이에 대한 해결과정 등이 생략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의 건축물 혹은 도시에 대한 완성된 결과물이 없는 작업이 과연 건축과 학생의 작업으로서,
그것도 훌륭한 작업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반발입니다.
두 번째로는, RIBA에서 수상이유로 밝힌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제입니다.
많은 건축가들은 Robots of Brixton이 우리 사회의 어떤 이슈를 드러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로봇과 인간의 대립이 지금 런던의 사회적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세 번째로는, 키브웨와 같은 교육을 받고 졸업한 친구들
그리고 실제 건축설계사무실에서의 작업과는 거리가 먼 고민과 드로잉을 하고 졸업한 친구들이
정말 건축설계사무실의 실무에 적합한 능력을 길렀는지도 건축가들은 의심합니다.
마지막으로, 건축가들은 최근의 몇 년 동안 있었던 PART 2 수상작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현실과의 괴리가 크고, 정확한 건축적 제안이 부족한 대신
압도적이고 추상적인 디지털 렌더링과 표현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RIBA에서는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한 디자인을 선정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심사위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가들의 주장은 일정부분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 동의 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저는 키브웨의 작업이 ‘21세기에서 건축이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가?’ 에 대한 토론장에
새로운 주제를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지속되어왔던, 그림과 모형으로 하나의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이를 구축하는,
‘건축’의 의미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바로 그것 입니다.
저는 미래의 건축은 지금보다 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밀접하게 사회와 연관을 가지게 되고,
이는 단순히 설계프로젝트를 시공 과정을 통해서 땅 위에 세우는 것보다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우리의 삶 속으로 파고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Robots of Brixton이 현실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이 작업의 의미와 가치를 퇴색시킨다는 것은, 아키그램과 자하 하디드의 작업을 보며
Paper Architecture라며 손사래를 치던 1960-80년대의 건축가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니치 학장인 닐 스필러는 Unit 15에서 진행한 필름 작업들이
건축을 이해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며, 앞으로의 건축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한 필름작업은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필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키브웨의 작업은 건축의 범주를,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영화 산업으로만 간주되었던 필름 작업으로까지
확장시켰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건축가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질문도 같이 하게 됩니다.
과연 건축가는 앞으로 지금과 같은 역할과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RIBA에서는 최근에 제시한 미래 건축가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건축가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대부분의 그들은 Space Consultant 역할을 하게 되며, 소수의 디자인적 가치를 인정받는 세계적 ‘작가들’
그리고 글로벌 설계업체들이 존재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을 원하지는 않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건축가들은 이 작업이 ‘건축일 수 있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키브웨와 같은 정도의 실력이면 어떤 설계사무실이든, 그리고 건축 이외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합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어떤 디자인을 하더라도, 자신들의 디자인을 멋지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겠죠.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요?
그의 작업이 건축은 아니지만, 그는 건축 설계사무실에 쉽게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키브웨의 작업들이 건축사무실에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사실,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설계사무실에 취직하는 학생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처음부터 배치도를 만지고, 캐드로 입면 디테일을 그리고, 덕트의 위치 때문에 달라지는 화장실 때문에 고민을 합니까?
소규모 설계사무실이나 아틀리에의 경우를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의 설계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포토샵으로 밤을 세우고, 쓰리디 모델링, 보고서용 다이어그램제작, 모형 제작으로
몇 개월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포토샾으로 투시도에 사람과 풍선을 넣는 것이 지겨워서 설계사무실을 그만둔 친구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는 다르게, 키브웨는 바틀렛에서 석사과정을 하기 전에 Structure Engineer 로 실무를 했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포트폴리오와 영상에서 보이는 실내 공간에 대한 디테일한 설계,
미래 브릭스톤의 풍경 속에 등장하는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
무엇보다 인간의 움직임과 유사한 로봇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싸늘한 실내분위기와 그 안의 로봇들의 미묘한 움직임과 스며드는 빛,
많은 로봇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를 연속적인 장면 속에서 담아내는 것은
각각의 순간만을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몇 장의 투시도를 만드는 것 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우면서, 많은 디자인이 필요할 듯 합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취업에 관심이 많은 건축가들의 염려를 이겨내고(?),
그는 졸업 후에 Factory Fifteen 이라는 스튜디오를 세우고 삼성, European Land와 같은 기업들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애니메이션과 이미지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factoryfifteen.com/
아래의 이미지들은 Factory Fifteen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또한, 브릭스톤이 가지는 컨텍스트를 이해한다면,
Robots of Brixton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는 명확해집니다.
브릭스톤은 런던 안에서, 흑인들 특히 아프리카 출신의 빈민 흑인들의 집단 거주지입니다.
이들은 아름다운 문화와 경제의 도시 ‘런던’을 밑받침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부분으로서,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런던으로 유입된 런던 외 지방 출신의 영국계 하층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이어 유입된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 노동자들 다음으로
브릭스톤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최근에는 이들 아프리카 출신의 노동자들에 이어, 동유럽 출신의 노동자들이 브릭스톤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필름에서도 등장하는 브릭스톤 공공임대 주택의 현재 사진입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구조는 사회불안정으로 이어져서,
브릭스톤은 영국뿐 아니라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범죄율을 기록하는 지역 중에 하나이며,
저소득, 높은 실업률, 인종문제, 낮은 교육률 등이 이 곳을 나타내 줍니다.
키브웨의 작업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바로 이들 이주 노동자, 소외된 근로자들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다음 세대에서는 황폐하고 살기 힘든 이 지역에 다른 이민자들이 아닌 로봇들만이 살게 될 것이고,
그들도 결국은 이겨내지 못하고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사회에 소리치는 것입니다.
키브웨는 브릭스톤과 인근 지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서,
이러한 브릭스톤의 현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인종, 경제적 계층, 이민자들의 문화가 섞이고,
모든 것이 멈추어있지 않은 브릭스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주 노동자와 도시에 대한 그의 ‘고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
BBC News에서는 키브웨의 작업에 대해서 취재해서 방송을 하였고,
영국문화원에서는 그의 짧은 필름을 상영하고 있으며,
내년 미국 유타에서 있을 선댄스 영화제 INTERNATIONAL ANIMATED SHORT FILMS 분야의 작품으로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영국의 여러 방송국과 영화관련 기관들은 그의 다음 작업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아래의 사이트 들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의 사이트입니다.
http://www.bbc.co.uk/news/uk-england-london-13889371
http://film.britishcouncil.org/robots-of-brixton
https://www.sundance.org/press-center/release/2012-festival-program-announcement-shorts/
마지막으로, 최근의 몇 년 동안 있었던 PART 2 수상작들에 대한 비판은
미래의 건축을 만들어 가야 할 학생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빼앗고, 현실의 짐만 떠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각 학교들을 대표해서 RIBA에 제출된 PART2 출품작들은 모두 126개입니다.
그 중에는 실제 설계사무실에서 진행하는 것과 유사한 프로젝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순히 하나의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업을 통해서 자신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면서
‘나는 이렇게 세상을 보고 있다. 이 작업은 그에 대한 대답이다’ 라는 선언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지난 PART2 수상작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선언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예들로서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RIBA의 President Medal은 이러한 다양한 선언들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장으로서, 많은 기대를 하게 합니다.
매년 예측 가능한 내용과 표현들이 대상과 수상작을 채우는 대한민국 건축대전과는 달리 말이죠.
Robots of Brixton 이 만들어 낸 미래 건축에 대한 뜨거운 논쟁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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