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Zumthor의 정원, Serpentine Pavilion 2011



지난 주말, 런던은 100년만에 가장 덥다는 9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여름 같은 높은 온도와 찐한 햇빛은 놀랍기도 하고

사람을 들뜨게도 했습니다.

주말마다 가려고 했지만 기회가 안 만들어졌던 서펜타인 파빌리온 (Serpentine Pavilion)

보러 집을 나섰습니다.

 

넓고 푸른 하이드 파크의 한 켠에 만들어진 검정색 파빌리온은

색깔 때문에 쉽게 눈에 띄기도 했지만, 낮고 크지 않은 형태여서 확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입구로 들어와서, 어두운 복도를 지나, 정원을 만나게 되는 이번 피터 줌터의 작업은

자연 속의 정원이 가지는 매력을 강조하는 듯 합니다.

작가도 알프스의 광대한 자연 속에 있던 집에서 경험했던 정원을 이야기 하면서

큰 자연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달리, 그 안의 작은 정원, 또 다른 자연에서 느껴지게 되는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나무재료에 검정색 색깔을 입힌 캔버스 천을 씌운 것으로 알려진

이번 파빌리온의 재료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녹색과 강하게 대비되기도 하지만,

어릴 적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약간은 바래지고, 허술하고,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오래 거기에 있었던 무언가의 느낌을 만들어 내면서,

건물의 형태보다는 그저 하나의 배경이 되어 하이드 파크의 자연과 정원을 강조합니다.

많은 건축가들이 배경의 건축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실제 가보면 요란한 그들의 건축 때문에 (형태, 재료, 스케일, 컨텍스트 등)

짜증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파빌리온은 개념, 재료 그리고 스케일 등의 측면에서 건축의 배경화

성공한 느낌입니다.

 

실제 정원을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머야 이거, 좀 너무 작은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가로이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닌 뒤

자리에 앉아서 정원에 있는 (이미 반은 시들어 가고 있던) 풀들과 꽃을 보면

어릴 적 시골에서의 기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상념들이
책을 읽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혼자 멍하니 즐기는 사람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 뒤로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저한테는 적어도 성공한 셈입니다

 

그런데, 금요일 오후, 사람들이 없을 때 방문했던 저와는 달리

주말에 다녀온 사람들은 생각이 많이 달랐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작은 파빌리온 안에 가득해서

작고, 시끄럽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바람에

사색을 즐기기 보다는 정신없는 곳에 다녀온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이드 파크 안에 정원은 일정 정도 성공했지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도시로서 런던을 생각해본다면

런던 안의 정원은 일정 부분 실패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피터 줌터가 썼던 ‘Thinking Architecture’의 약간은 모호했던 내용들이

그의 작업과 처음 만나면서, 한 구절 한 구절이 다시 떠오르던 즐거운 주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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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N 2011/10/06 10:48 # 삭제 답글

    항상 전경을 만들고 있는 사무소에 다니고 있는 저로써는.. 배경으로써의 건축은 항상 가슴한켠에 고이 모시고 댕기는 정도입니다. 부럽기도 하지만, 이걸 가지고 설계펌에서도 할수 있게 만드는 권력을 만들고 싶기도 하구요 ㅋ ㅎㅎㅎ 미래 권력.... 기대해 보아요~♡ ^^ ㅋ
  • joeyboy 2011/10/11 02:55 #

    갑자기 요즘 인기있는 podcast인 나는 꼼수다에 자주 등장하는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 생각나는군요 ㅎㅎ
  • 순수악마 2011/10/10 15:47 # 삭제 답글

    비움의 미학... 비워진 공간... 사람들이 적어 비워진 공간... 배경.................. 비움...
    그 감각..감성은 스케일에 따라 사람들의 밀도에 따라 건축가에 의도에따라 달라지겠죠...?
  • joeyboy 2011/10/11 05:28 #

    그런 미묘한 차이가 건축가 역량의 차이, 결국 건축물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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